지난 특별휴가기간동안 우연히 보게 된 영화 중의 한 편이 인사이드 아웃입니다. 휴가를 가기 전,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정서의 기능에 대한 강의를 했었는데요, 이 영화를 예로 들어 설명했더라면 훨씬 더 쉽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다만, 아래 내용은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 해석일 뿐임을 먼저 밝혀둡니다.
영화는 “라일리”라는 소녀의 어린시절(1편), 고입을 앞둔 청소년시절(2편)을 배경으로 전개되는데, 실제 주인공은 다양한 감정 혹은 정서인 것 같아요. 라일리의 경험을 통해 다양한 감정들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떤 역할을 하며 무엇을 위함인지 잘 보이지 않는 감정들(inside)을 밖으로 드러내어(out) 보여줍니다.
1편의 등장인물은 기쁨이와 슬픔이, 버럭이(화), 소심이(두려움), 까칠이(혐오감)입니다. 이러한 정서는 사람들을 행동으로 이끌기 때문에 1차적이고 핵심적인 정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1차적인 핵심정서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좀 더 자세히 공유하도록 할께요.

처음에 기쁨이(기쁨이라는 감정)는 “라일리”가 행복감과 만족감만 느끼기를 바랍니다. 부끄럽거나 슬픈 기억들을 기억의 저 편으로 보내 잊혀지도록 노력하기도 하고, 슬픔이에게 작은 원을 그려주고 슬픔이 원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도록 하라고 조언하기도 합니다. 마치 우리가 ‘항상 기쁘고 행복한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어’라는 바램을 갖는 것과 비슷해보이기도 했어요. 사실은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덕담을 하게 되는 것처럼 때로 기쁨이는 항상 낙관적이며 열정적이고 에너지넘치는 모습으로 때로는 실수도 저지르기도 합니다.
기쁨이는 자신의 이런 모습으로 낙심한 누군가에게 힘을 주고 싶었지만, 실패하고 말지요. 그런데 슬픔이가 다가가 함께 옆에 잠시 앉아 힘듦을 인정해주고 눈물지어주자 다시 일어서려하는 모습을 보고 내심 놀라게 됩니다. 슬픔이가 필요한 순간이 있고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은 거지요.
슬픔이는 때론 비관적으로 보일만큼 현실을 직시하고, 쉽게 지치고 눈물도 많아요. 마치 우리가 슬플 때 눈물을 흘리고 이부자리에서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회복할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낙심하거나 지쳤을 때, 정말 소중한 무언가를 잃었을 때 경험하는 슬픔은 우리에게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거나 위로가 필요하거나 그 대상이 매우 소중했음을 깨닫게 해주는 힘이 있어요. 결국 기쁨을 좀 더 느끼면 좋겠지만, 슬픔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임을 알게 되지요. 그러니, 때로 슬프더라도 기꺼이 슬픔을 경험해보면 좋겠습니다. 슬픔이 내게 말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집중하면서, 슬픔이 불시에 찾아오더라도 덜 두려워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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